드디어 세종이 때문에 마눌과 싸웠다. 세종이는 흔히 말하기로 "손이 탔다". 누군가 안고 있지 않으면 울어버린다. 신생아 때부터 울어도 안아주지 마라는 둥, 너무 많이 안지 마라는 둥 말들이 많았다. 손탄다고...

지금 세종이의 상태가 바로 손 탄 상태인 것 같다. 평소보다 조금 이른 퇴근을 하니 마눌의 인상이 정말 좋지 않다. 이유인 즉슨, 하루 종일 혼자서 안고 있다가, 젖 먹이고, 똥 기저귀 치우고, 내려 놓으면 우니까 다시 안고, 젖 먹이고, 똥 기저귀 치우고... 이런 일을 반복한 것이다.

게다가 오늘 인터파크에서 신청한 "흔들침대"가 왔다. 70일에 3만 5천원에 임대를 했는데, 손 탄 아기에게 자동 흔들침대를 태우면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 신청했다. 물론 아기마다 달라서 100% 효과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누구는 효과를 봤다고 하고, 누구는 무용지물이라고 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마다 경험한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 세종이는? 오늘 하루는 무용지물이었다고 한다. 일단 흔들침대에 눕는거 자체를 싫어한단다. 퇴근하고 와서 한번 눕혀봤다. 바로 운다. 장모님이 우는 아기를 보다 못해 안으려 하자 내가 "흔들침대에 적응 시켜야죠. 안지 마세요." 한마디를 했다. 장모님 기분 상해 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세종이를 눕혀 놓은 흔들침대 옆에서 노래를 불러주는데 효과가 없다. 이때 마눌 왈 "애 울리지 마라!".

이 한마디에 바로 안았다. 울음소리가 그쳐서 신기한지 장모님 나와보시더니, 결국 안을거면서...하신다. 마눌도 애가 울던 말던 상관안한다는 투로 퉁명스럽게 쏘아붙인다. 나도 힘든데... 혼자 집에서 하루종일 애 보고 있어보라고 한다. 내가 어떻게 그러겠나. 출근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 하는 줄 알면서 또 억지를 부린다.

몇일전에 정 힘든면 낮 시간대만 집에 와서 애를 봐주는 아줌마를 구하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다시 아줌마 부르자고 이야기하니, 아줌마 부르는게 쉽냐면서 니가 한번 불러보라고 한다. 음... 이건 아닌데. 아줌마를 구해보려고 생각도 안했는데다가 내가 낮 시간에 어떻게 아줌마를 부르라는 건지. 화가 나도 단단히 났다. 나도 화가 나서 말을 안하니, 내가 화낸 다고 또 투덜댄다.

애 키우기가 지겹다고 한다. 이제 한달 했는데... 물론 하루 종일 찡얼대는 아기를 보느라고 힘들지만, 나도 그런 마눌을 위해서 밤에 목욕 시키고, 새벽에 마눌이 젖 먹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내가 아기 옆에서 재우고, 찡얼대면 일어나서 기저귀 갈고 하는데...그리고 잠 설치고 회사 나가서 일에 치이고, 일정에 치이고 정신없이 일하다 오는데... 조금이라도 일찍 집에 오려고 새벽같이 나가서 일하다가 오는데... 현재 마눌의 심리적인 상태가 그런 것을 이해할만한 여유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싸웠다. 심하게 말다툼을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싸운거다. 물론 이 싸움은 내가 진다. 내가 먼저 말을 걸고 마눌의 기분을 풀어줘야하는 싸움이다. 질 수 밖에 없는 싸움, 아니 이기고 지는 게 없는 싸움이다. 하지만 나도 약간 섭섭하긴 하다.

나도 힘든데...
 
Posted by 엉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