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이 비춘지 6일만인 2월 26일 새벽 3시경. 자다가 화장실에 다녀온 마눌의 다급한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일어나봐! 양수가 터진 것 같아. 이거 양수 맞아?"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 확인을 해 보니 무언가 모를 액체가 마눌의 다리 사이로 흐르고 있었다. 양수가 맞는 듯 하였다. 나는 이럴 때를 대비해 버리지 않고 놔두었던 유아용 기저귀를 가지고 왔다. 양수가 더 이상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마눌은 바로 박선혜 산부인과에 전화를 하여 양수가 터진 것 같다고 말하였고, 산부인과에 당직을 서고 있는 간호사는 지금 와서 병원와도 되고, 아침에 와도 된다고 하였다.

양수가 터지면 24시간 내에 출산을 마무리해야한다. 이유는 양수가 태아를 보호하고 있는 보호막의 역할을 하는데, 그 보호막이 없어지기 때문에 자칫 감염의 위험도 있고, 출산을 할 때 양수라는 윤활류가 없기 때문에 자연분만에 어려움이 있게 된다. 그래서 24시간 내에 출산을 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눌은 가진통 조차 없었던 상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출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유도분만을 위한 촉진제를 맞아야하는데 촉진제는 새벽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병원의 방침이라, 아무리 빨라도 아침 7시에 촉진제를 맞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차피 지금 병원에 가도 촉진제를 바로 맞지 못하니 더 기다리다가 아침에 가자라는 계산으로 다시 잠자리에 들기 위해 누웠다. 그 순간 양수는 더욱 거세게 밖으로 쏟아지면서 급기야는 줄줄줄 새기 시작했다.

급기야 우리는 옷을 입고, 출산을 위해 준비해 두었던 가방과 여분의 돈을 들고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신호를 위반해 가면서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산부인과로 데려다 주셨다.

집에서 산부인과로 출발하기 전에 전화를 해 두었던 터라 당직 근무자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눌은 출산을 위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가족분만실에 누워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터진 양수를 보충해줄 수 있는 식염수를 링거로 맞았다.

그렇게 4시간을 가족분만실에서 서로 끙끙거리면서 기다리다가 아침 7시에 드디어 촉진제를 맞았다. 약 1시간 단위로 내진을 하고, 서서히 오는 진통을 느끼면서 드리어 아침 10시 쯤 되자 본격적인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촉진제를 통한 진통은 정말 옆에서 보기에도 고통스러워 보였다.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면 가진통을 통해 몸과 마음이 진통과 출산에 대비가 되어 있을 것이고 골반과 자궁도 이러한 상황을 위해 나름대로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촉진제를 위한 진통은 갑작스럽게 그것도 아주 단시간 내에 진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산모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10시부터 아주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오는 고통을 옆에서 모두 지켜보는 남편의 심정도 힘들었다. 진통을 하는 산모 본인만 하겠냐만은 그 고통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는 나 또한 정말 힘들었다. 세종이가 나오는 중에 산모가 힘이 빠져 머리가 골반 사이에 끼기도 했고, 그래서 간호사가 산모의 배 위에 거의 올라가 배를 있는 힘껏 눌러 분만을 도왔다. 결국 세종이는 분만시 골반에 낀 충격으로 머리가 몇 일간 부어있기도 했었다.

이렇게 해서 촉진제를 사용한 유도분만 약 4시간 만에 세종이는 세상이 나왔다.
2006년 2월 26일 오후 1시 44분. 박세종 탄생!

나는 진통이 시작되서부터 자궁에서 세종이의 머리가 나오고, 태지가 뭍은 허연 몸이 나오고 이후 태반이 나오는 모든 과정을 마눌의 손을 잡고 지켜보았다. 그리고 가위로 세종이의 탯줄을 자르고, 막 태어난 세종이의 몸을 씻겼다. 얼마나 감격스러운 순간이던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 펑!

[출산 시 주의 사항]
출산을 위한 정보 수집 중에 얼굴에 힘주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숨쉬기를 잘 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인지 경험해 보기 전에는 잘 몰랐으나, 진통과 힘주기를 반복되는 동안 절실히 느꼈다.

  • 진통이 없을 때는 절대 힘주지 말 것
  • 힘을 줄 때 절대 얼굴에 힘을 주지 말고, 배에 힘을 줄 것. 대변을 눈다는 생각으로.
  • 힘을 줄 때 절대 허리를 들지 말 것
  • 진통이 시작되면서부터 숨쉬기를 잘 할 것(이때 남편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함)

얼굴에 힘을 주면 얼굴에 핏대가 서서 얼굴 다 터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산후조리원에서 난 실제 이런 산모를 봤다. 4kg이 넘는 아이를 자궁문이 열리지 않아 자연문만이 어렵다는 산모를 주위에서 무리하게 자연분만을 시키다가 얼굴이 벌겋게 다 올라오고, 눈에 핏줄이 모두 터져 눈의 흰자가 분홍색이 된 산모를 말이다.

이렇게 해서 나온 세종이의 모습이다.

태어나는 것이 태아에게도 얼마나 힘든 과정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다. 힘들어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열꽃이라고도 하는데, 열꽃이 핀 신생아는 시원하게 해주어야 열꽃이 들어간다.
똘똘이 - 지금 태어났어요. 똘똘이 - 지금 태어났어요.
똘똘이 - 지금 태어났어요.
 
Posted by 엉뚱이